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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약 끼고 살아”···인력난·격무·열악한 처우에 시달리는 방재안전직 공무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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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조회 0회 작성일 26-08-06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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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 기초단체에서 10년째 재난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방재안전직 공무원 A주무관(38)은 주말과 휴일에도 쉬지 못하고 매일 출근한다. 장마철엔 침수와 산사태 취약 현장을 주로 점검하고, 요즘엔 폭염 취약 현장인 야외 작업장과 건설 현장 등을 둘러보고 있다.
A주무관은 “매년 7~9월엔 단 하루도 제대로 쉬는 날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근 업무도 쌓여 있다. 행정직과 기술직 직렬의 부서 동료들이 있으나, 행정 처리는 유일한 방재안전 전문직렬인 A주무관이 도맡아 한다. 그는 “전문직이면서 실무자급 주무관이라는 이유로 온갖 잡다한 일이 떠넘겨지는데, 가끔은 ‘한낮 뙤약볕이라도 차라리 현장에 나가는 게 낫겠다’ 싶은 적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기초단체에서 방재안전직으로 9년째 일하는 B주무관(37)은 “요즈음 두통약을 끼고 산다”고 했다. 그는 “동기가 코로나19 대응 사후 감사 과정에서 징계를 받은 일이 있었다”며 “그 얘기를 들은 후 심장 두근거림이 심해져 병원 상담을 받을까도 고민했지만 인사상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폭우와 폭염 등 재난 현장 최일선에서 뛰는 지방정부 방재안전직 공무원들이 인력난과 격무,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고 있다. 각종 재난에 대응하는 현장 인력 역량 부실로 이어져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행정안전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전국 광역·기초단체 방재안전직 인원은 1100명으로, 전체 정원(2417명)의 45.5%에 그쳤다.
인력 배치도 문제다. 2024년 말 기준 1인당 담당 인구는 최소 2만4828명(제주)에서 최대 14만3916명(대전)으로 차이가 난다. 1인당 담당 면적도 최소 4.17㎢(서울)에서 최대 306.01㎢(강원)로 편차가 크다.
인력난이 심각한 이유는 재난관리 업무가 기피대상이기 때문이다. 폭우와 폭염 등 재난이 일상화되면서 사실상 24시간 비상 대기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실수라도 있으면 사후 감사에서 과실 책임을 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1~2년씩 순환보직하는 타 직렬 직원들이 사안마다 방재안전직에게 의존하면서 업무가 과다하게 몰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직렬이 2013년 신설된 탓에 7~9급 실무자급이 많고 6급 이상 관리자급 정원은 적어 승진 기회도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중도 퇴직한 직원들이 늘고 있다. 연간으로는 2022년 38명, 2023년 50명, 2024년 67명이 퇴직했다. 휴직 등을 제외한 현원 대비 연간 평균 면직률은 2022년 4.80%, 2023년 5.92%, 2024년 7.33%로 매년 증가 추세다.
수도권 기초단체의 한 방재안전직 직원은 “동기 중 한 명이 지난해 여름 호우 대응 때 큰 고생을 했는데 평가를 박하게 받아 이후 병원에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퇴직했다”고 말했다.
지방정부는 그러나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업무 여건 개선에 소극적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연말에 지방정부 재난관리평가를 할 때 인력 충원과 처우 등 지표에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정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운영위원장은 “반복되는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가진 방재안전직 공무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들이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고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인력 충원과 처우 등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31일 여당 몫 특별감찰관 후보로 최길수 변호사를 추천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급 이상 공무원의 비위행위를 감찰하는 독립기관이나 문재인·윤석열 정부에서 임명하지 않으면서 10년간 공석으로 남아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제도 부활을 약속한 뒤 1년이 지나서야 민주당이 추천 절차에 들어간 것은 만시지탄이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 변호사 추천 사실을 알리며 “9월 정기국회 시작 전 국회 추천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겠다”며 8월 말까지 특별감찰관 인사청문회를 끝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별감찰관은 국회가 3명의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3일 안에 1명을 지명한 뒤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최 변호사는 1997~2017년 검찰에 몸담으며 특수부장, 지청장, 서울고검 감찰부 검사 등을 지냈다.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4월 야당 몫 후보로 검찰 출신인 강지식 변호사를 내정했다. 민주당이 후보 추천을 했으니 나머지 후보 1명의 추천 기관을 여야가 합의해 정하는 일이 남았다.
박근혜 정부 시절 초대 특별감찰관으로 임명된 이석수 변호사가 당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감찰 과정에서 청와대와 갈등을 겪다 2016년 9월 중도 사퇴한 뒤 특별감찰관은 10년간 공석 상태다. 문재인 정부 당시 여당인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설치되면 특별감찰관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후보 추천을 미뤘다. 윤석열 정부의 여당인 국민의힘 역시 민주당이 반대하는 북한인권재단 이사 임명을 선결 조건으로 내걸며 후보를 추천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이 대통령과 청와대가 3번이나 국회에 후보자 추천을 요청했으나 민주당은 지난 1년간 뚜렷한 이유 없이 추천 절차를 미뤄왔다. 어느 정당이건 집권당이 되면 대통령 주변 리스크 관리는 방치하는 듯한 태도는 유감스럽다. 이래서야 제도가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있겠는가.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게 마련이다. 특별감찰관은 부패 징후를 미리 감지해 경고하는 ‘탄광 속 카나리아’다. 제도가 작동했더라면 김건희씨의 국정농단이 걷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대통령이 추천을 요청하는데 국회가 미루고 있을 이유가 없다. 남은 절차를 신속히 매듭지어 제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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