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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이른 폭염에 폭우까지 겹치며 농산물 물가가 고공 행진 중인 올여름. 하지만 서울 마포구 망원동 망원역 2번 출구 앞 청과물 거리는 상황이 다르다.
24일 오전 11시, 망원시장 초입의 청과물 거리. 지하철 6호선 망원역 2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수박, 자두, 복숭아, 체리를 쌓아둔 좌판들이 줄지어 펼쳐진다.
매일매일 장이 서는 망원동 청과물 거리. 식탁 물가가 무서운 여름 '과일값 때문에 손이 가지 않는다'는 말이 무색한 풍경이다.
강한 여름 햇살을 뚫고 시장 골목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손에는 큼지막한 수박, 복숭아 봉지, 자두 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양손 가득알라딘꽁머니
과일을 들고나오는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비닐봉지가 무겁게 늘어질수록 손님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복숭아 10개에 3000원"…자취생들에겐 천국"



망원동 청과물 거리 한 매장에 사람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사진=유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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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에 거주 중인 이직준비생 김도하(29) 씨는 "어제 망원시장에서 신비 복숭아 10개를 3000원에, 자두 한 대야를 5000원에 샀다. 진짜 과일값이 말 그대로 미쳤다. 자취생들에겐 고마운 공간"이라며 "학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외국인들이 과일을 양손 가득 사가는 모습을 자주 본다"며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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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과물 거리 계산대에는 과일과 야채를 한 바구니 가득 사고 계산하려는 긴 줄이 이어졌다.
주부 한 모(75)씨는 "정말 저렴하다. 망원동 시장이 잘 되는 이유가 있다. 다른 마트보다 적어도 30%는 싸다"며 "나는 이 근처에 사는 주민이라 자주 이용하는데, 외국인들도 오고 다른 동네 사람들도 많이 온다. 품질도 좋아서 매일 그일성신약 주식
날그날 소비할 만큼 산다"고 말했다.
망원동 거주민 이 모(72)씨는 "망원시장 과일은 싸고 맛도 좋다. 다른 데서는 만 원 하는 게 여긴 6000~7000원, 많게는 5000원 정도"라며 "오늘은 자두 두 팩을 만 원에 샀고, 나는 매일 온다"고 말했다.
◇금수박, 망원에선 최대 41% 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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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전날(23일) 기준 주요 여름 과일들의 전국 평균 소매가격과 비교할 때, 망원시장 청과물 거리의 과일 가격은 20~40%가량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박의 경우 전국 평균이 3만884원으로 올여름 처음으로 3만 원대를 돌파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형 수박 1개 기준 1만9000원, 38% 저렴했다. 체리(500g)는 평균 9065원이나, 망원시장에서는 같은 중량을 6000원에 구매할 수 있어 34% 저렴했다.
복숭아(백도)의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10개 기준 2만1379원(개당 2137원)이지만, 청과물 거리에서는 4개 5000원으로 개당 1250원에 불과해 약 41% 저렴하다. 중품 복숭아 역시 전국 평균 개당 1407원인데, 여기선 14개 1만3000원(개당 928원)에 판매돼 34% 낮은 가격이다.
자두는 쿠팡 기준 1kg(약 20개)에 6900원으로 개당 345원이지만, 망원시장에서는 11개 3000원으로 개당 21% 저렴한 272원 수준으로 구입할 수 있다.
이러한 가격 경쟁력 덕분에 망원동 청과물 거리는 "지나가다가 사람이 바글바글하길래 봤더니 대형마트보다 훨씬 싼 과일과 채소들을 파는 곳이었다"는 누리꾼의 후기처럼, '가성비 과일 성지'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다만 일부 손님 후기에 따르면 "물러진 과일이 섞여 있을 때도 있다"는 지적도 있어, 상인과 손님 모두 어느 정도 눈썰미가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인천·파주에서도 찾아와…"서울서 제일 싼 것 같아요"



망원동 청과물 거리/사진=유지희 기자


청과물 거리의 인기는 망원동 주민만의 것이 아니다. 서울 외곽은 물론, 경기권에서 일부러 이곳까지 과일을 사러 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인천에서 망원동까지 과일을 사러 왔다는 주부 신모(61) 씨는 "여기가 다른 데보다 훨씬 싸서 일부러 찾아온다"며 "서울 은평구 응암동도 과일이 싸기로 유명하지만, 여긴 서울 안에서도 특히 저렴한 곳인 것 같다"고 말했다.
파주에 거주 중인 민모(85) 씨는 "야채도 그렇고 과일도 그렇고 정말 싸다"며 "한 번 망원시장에 올 때마다 과일을 엄청나게 사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과일을 양손 한가득 산 직장인 이모(37) 씨는 "자주 이용하는데 확실히 싸다. 다른 곳보다 절반 이상 저렴한 것 같다"며 "근처에 살진 않지만 일 때문에 망원에 올 때마다 꼭 과일을 산다"고 말했다.
◇"싸야 살아남는다"…경매장 직 수령, 박리다매가 비결



망원동 청과물 거리/사진=유지희 기자


망원 청과물 거리의 가성비는 유통 구조 덕도 있다. 상인들의 박리다매 전략과 직접 경매 방식이 더해져 '헐값 과일'이 가능해졌다. 떼어오는 과일 단가는 다른 곳과 비슷해도 가게들이 밀집해 있다 보니 자연스레 가격 경쟁이 붙고, 이는 곧 소비자 혜택으로 이어진다.
10년째 과일을 판매하고 있다는 A씨는 "저희는 박리다매 전략으로 많이 파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요즘 수박 시세가 3만 원인데 저희는 1만8000원, 2만 원대에 팔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라며 가격이 싸다고 해서 품질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물론 백화점 과일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바로 망원시장 안쪽에 있는 다른 가게들보다 확실히 싸다"고 설명했다.
5년째 장사 중이라는 과일 가게 사장 C씨는 "경쟁이 심해서 가격이 낮은 것"이라며 "과일을 들여오는 단가는 비슷하지만, 가게들이 몰려 있어 가격 밀집도가 높다. 그러다 보니 우리도 싸게 팔 수밖에 없고, 싸게 팔아 많이 파는 전략을 쓰고 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품질이 떨어지는, 못 팔 과일을 취급하는 건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1년째 망원시장에 과일을 납품하고 있다는 김모(39) 씨는 "박리다매도 있지만 단골손님이 많고 거래를 오래 하다 보면 납품 단가도 점점 싸진다"며 "주변 가게들도 가격을 맞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가격이 내려가는 구조가 있다. 그렇다고 품질이 낮은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청과물 거리서 5개월째 일하고 있다는 과일 가게 직원 B씨는 "우리 사장님이 직접 시장에 가서 경매를 통해 과일을 사 온다"며 "이 거리 전체가 원래 저렴한 편이다. 이곳이 싸지 않으면 경쟁력이 없다. 무조건 싸게 팔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