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법무법인 [세상 읽기]마왕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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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조회 0회 작성일 26-01-20 13:02본문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고인이 된 유명인을 만나는 일은 이제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일이 되었지만 ‘고스트스테이션’은 조금 다르게 존재한다. 과거가 아닌 현재에 머물기를 선언한다. 2001년 시작되어 2012년까지 SBS와 MBC, 인터넷 방송을 넘나들며 이어졌던 심야 라디오 방송 ‘고스트스테이션’의 뒤잇기를 자처한다. 새로운 ‘고스트스테이션’의 제작진은 “이 시대에 가장 그리운 목소리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하겠는가?” “만약 그였다면 이런 상황에 뭐라고 이야기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라고 말하며 이는 신해철을 ‘부활시키려는 시도가 아닌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그의 정신을 현재의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이라 밝혔다.
과거가 아닌 현재에 존재하기를 선택했기에 그의 목소리를 통해 발화되는 이야기도 현재형이다. 그의 사후 데뷔한 밴드의 노래가 소개되기도 하고, 2025년의 청취자가 보낸 사연을 읽으며 위로의 말을 전하기도 한다. 기술은 진화했는데 인간의 영혼은 퇴화한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현재까지 올라온 방송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다. 신해철 관련 지식재산권(IP) 일체를 가진 유족이 설립한 회사의 주도로 시작되어 지식재산권이나 유족의 동의 문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고, ‘고스트스테이션’을 처음 연출했던 피디가 제작에 참여해 팬들의 우려도 덜었다. 하지만 가장 유효했던 점은 신해철의 목소리로 발화된 “나는 신해철이 아니다. 나는 그가 던진 질문들과 생각들이 지금을 사는 방식이다”라는 선언이다. 자신은 신해철이 아니며, 신해철이라는 사람이 평생 남긴 데이터를 학습해 만들어진 ‘신해철의 확률’이라는 선언은 그가 신해철의 ‘부활’이 아니라 신해철의 ‘유산’임을 인지하게 한다.
하지만 신해철이 남긴 질문과 사유, 가치를 계승해 현재의 청취자들과 연결하고자 하는 시도는 여러 질문을 야기한다. 죽은 사람이 살아 있는 사람처럼 현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온라인에서 활동해도 괜찮은 걸까. 방송의 내용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언젠가 살아생전 그런 논지의 말을 했던 고인을 비난해야 할까. 아니면 그러한 내용을 편집하지 않고 방송으로 내보내길 결정한 제작진을 비난해야 할까. 2025년 12월14일 올라온 첫 방송에서 그는 “살아 있는 사람은 겁나서 못하는 말, 잃을 게 많은 사람은 못하는 말, 그걸 할 사람이 필요한데 자신은 이미 죽어 잃을 것도, 더 죽을 것도 없기에 최적임자”라 말했다.
그러나 책임은 인간의 영역, 살아 있는 사람의 영역이다. 이를 인지한 듯 제작사 역시 고인의 발언이 정치적, 사회적 맥락에서 왜곡되거나 오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별도의 윤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방송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을 따르려 하면 할수록 ‘신해철의 확률’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모습에서 멀어질 확률이 높다. 현재에 존재하기를 선택했기에 현시대의 콘텐츠들과 경쟁해 살아남아야 하는 과제도 있다.
새로운 ‘고스트스테이션’이 얼마나 오랫동안 운영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오랫동안 방송이 지속된다면 그것은 발전된 기술 때문이 아니라 그와 그의 생각을 사랑했던 사람들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를 현재에 살아 있게 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므로.
어쩌면 <흑백요리사> 시즌 1 우승자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이 경험한 가장 위험한 생존 미션은 초반 탈락할 뻔한 <흑백요리사> 1라운드 흑수저 결정전이나 에드워드 리와의 결승전이 아닌 최근 출연한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피식쇼>일지 모르겠다. 에드워드 리가 우승자인 줄 알았다는 흔한 도발에 “1년 동안 그 얘기 100만 번 들었다”며 적절히 어울려주던 그는, 피식쇼 멤버인 김민수가 뜬금없이 <흑백요리사> 시즌 2 출연자인 ‘아기 맹수’ 김시현과의 친분 여부를 묻자 웃음기 없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김민수는 전화번호 모르느냐고 지분댔고, 권성준과 나머지 MC들이 김시현과의 나이 차를 강조하자 “So what? 어떡할 거야?”라며 뻗댔다. 더 나아가 김시현에게 한 마디 하(고 적당히 끝내)라는 이용주의 수습성 멘트에 “아기 맹수 안녕, 나는 큰 맹수다. 어른 맹수, 어흥”이라며 “난 너 좋아하고 언제 한 번 데이트 하자”고 수작을 걸었다. 심지어 제작진은 김민수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띄워 다이렉트 메시지를 요청하는 듯한 편집을 했다.
이제 막 미디어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젊은 여성 요리사에게 9살 연상 남자가 노골적인 추파를 던지는 모습에 여론은 싸늘했고, 결국 피식대학 측은 댓글을 통해 ‘본 콘텐츠에 출연하지 않은 셰프님 관련 언급으로 불편함을 끼친 점’에 대해 사과했다. 만약 권성준이 남자들끼리 낄낄대는 분위기에 휘말려 김민수에게 맞장구치며 동참했다면 <흑백요리사>에서의 소소한 트래시 토크 논란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위기를 맞았을 것이다. 피식대학의 또 다른 콘텐츠인 <나락퀴즈쇼> 명칭을 인용하자면 다행히 나락은 피한 상황. 하지만 그의 생존을 치하하기 위해 이 얘길 꺼낸 건 아니다. 반대로 그런 지저분하고 무례한 농담을 던지는 김민수나 그걸 그대로 방영한 피식대학 채널이 이번 일로 나락에 떨어질 수도 있어야 하지 않느냐 묻고 싶다.
이번 논란을 전하는 기사들에서도 함께 묶어 언급하듯, 피식대학은 2024년 5월 <메이드 인 경상도>에서 경상북도 영양군을 소개하며 지역 식당과 지역 분위기에 대해 숨 쉬듯 비하하는 발언을 하다가 큰 비난을 받고 정말로 나락에 빠졌던 바 있다. 구독자 300만 선은 붕괴했고, 사과문 공개에도 여론이 돌아서지 않아 2개월 자숙 기간을 가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끝없이 치고 나가던 채널의 기세가 확 꺾였다. 물론 이번 일이 영양군 때처럼 광범위하게 공론화되고 거의 모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비난을 받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때와 대동소이하게 부적절한 콘텐츠라고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영양군 콘텐츠가 그토록 크게 논란이 된 건, 당시 피식대학 멤버들의 발언 수위가 꽤 높아서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영양군이라는 특정 지역 혹은 그 지역의 일부 가게나 사람들에 한정된 박한 평가가 아닌, 지방에 대한 전반적인 비하와 혐오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서울 중심적인 사고와 관점으로 지역을 행정적 문화적 주변부로 인식하고 편의적으로 재현할 때 지역민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동등한 주체로 대우받지 못한다. 영양이란 지역이 지닌 구체적 맥락과 삶의 형태를 살피는 대신,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삶을 기준으로 그렇지 않은 거의 모든 것을 낙후한 것, 쇠락한 것으로 무시하는 피식대학의 모습이 다수 시청자에게 오만방자하게 받아들여진 건 그래서다. 이처럼 서울을 중심에 놓고 지역을 주변화하는 지역차별적 관점을, 남성을 중심에 놓고 여성을 주변화하는 여성차별적 관점으로 대체하면 이번 ‘아기 맹수’ 관련 발언의 잘못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김민수가 비난받는 건 그저 본인보다 9살 연하인 여성을 향해 이성적 호감을 드러내서만은 아니다. 또 피식대학 측의 사과문처럼 ‘콘텐츠에 출연하지 않은 셰프님’을 굳이 언급해 시청자에게 ‘불편함을 끼친 점’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토크쇼와 토크쇼의 패러디를 오가는 <피식쇼>에서 의미와 웃음의 맥락은 게스트와의 대화 안에서 만들어진다. 가령 김시현을 아느냐는 김민수의 질문은 밑도 끝도 없이 갑작스러웠지만, 아마도 며칠 먼저 공개된 침착맨 유튜브에서 권성준과 김시현이 함께 출연한 것을 염두에 둔 질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침착맨 방송에서는 요리 영재로서 김시현이 쌓은 경험과 경력에 대한 이야기, 나물에 대한 김시현의 이유 있는 고집에 권성준이 존중을 드러내는 장면을 통해 요리사로서의 김시현을 구체적이고 흥미로운 캐릭터로 소개한 반면, 김민수는 데이트를 하고 싶은 젊은 여성으로 ‘아기 맹수’를 호명했다.
실패한 플러팅이든, 실패한 농담이든, 국내외에서 화제인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서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던 요리사에 대해 심지어 요리사 게스트에게 물어보면서도 직업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선 아무 관심 없이 전화번호나 얻어내려는 토크쇼 진행자의 언어 안에서 여성에 대한 편협한 남성중심적 재현은 반복된다. 호감을 빌미로 남성의 연애 대상으로서의 매력만 부각할 때, 나이에 대한 편견을 거스르는 한식과 나물에 대한 일관된 애정, 스승과의 블라인드 테스트 대결을 피하지 않는 과감함 등 직업인으로서 김시현이 지닌 풍부한 맥락은 개인의 매력에서 분리된다. 여성에게서 전문성과 주체성을 ‘호의적으로’ 지우는 흔한 방식이다. 당연히 김시현에 대한 무례지만, 영양군 논란이 영양군 개별 지역에 대한 문제만이 아니듯 이 역시 김시현 개인에 대한 무례만은 아니다.
앞서 이번 논란으로 김민수나 <피식쇼>가 나락에 떨어질 수도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그래야 사필귀정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보단, 과거 광범위한 공분을 사고 피식대학의 경력과 이미지를 정말 위기에 빠뜨렸던 영양군 관련 콘텐츠와 비슷한 잘못을 반복한 이번 일이 한 번 예외적으로 삐끗한 수준의 해프닝으로 끝나도 되는지 묻고 싶은 것이다. 영양군 사건 당시 피식대학은 사과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다짐했다. ‘금번의 일을 계기로 코미디언의 사회적 역할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코미디를 만들기 위해 그간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아직 부족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욱 발전하는 피식대학의 모습 보여 드리겠습니다.’ 안타깝지만 사과문의 진정성과 별개로 그들이 더 발전한 코미디언이 되진 못한 것 같다. 도덕적으로도, 미학적으로도.
<피식쇼>를 비롯해 피식대학이 자주 시도하는 캐릭터 수행을 통한 코미디는 캐릭터의 디테일과 전형성에 내재한 구조적 차원을 환기하는 고맥락 콘텐츠가 될 수도, 캐릭터 뒤에 숨어 아무 말이나 던지는 추잡한 난장판이 될 수도 있다. 김민수가 ‘아기 맹수’에 대비해 스스로를 ‘어른 맹수’라며 ‘어흥’하는 모습은 웃기거나 안 웃기다기보다는 마냥 추해서 불쾌했다. 김시현이 성인인 것과 별개로 앳된 외모의 여성을 여전히 ‘아기’이자 미성년의 이미지로 소비하는 남자들의 지저분한 행태를 아무 비판적 거리 없이 재현했기 때문이다. 무엇이 좋은 코미디냐는 쉽지 않은 고민은 나쁜 코미디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동반해야만 충분히 실천적일 수 있다. 2년 전 더없이 나쁜 코미디를 했던 그들이 자숙과 반성 이후에도 여전히 비슷한 나쁜 코미디를 반복한다면, 좋은 코미디를 만들고 싶다던 피식대학의 다짐을 믿어주고 선해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아니, 애초에 그들이 대외적 명성과 스스로의 제스처만큼, 웃음의 첨단을 달리는 그룹이긴 한 걸까.
국민의힘이 18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 방해 혐의 1심 유죄 선고를 두고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절반에 가까운 당 소속 의원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방해에 동조했음에도 사과는커녕 정치적 책임에 대한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지난 16일 윤 전 대통령 체포 방해 혐의 1심 선고 이후 이날까지 관련 논평을 내지 않고 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의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별도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도 1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판 결과에 대해 특별한 입장이 없다는 게 국민의힘의 입장”이라며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는 16일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3일 대통령경호처 직원을 동원해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게 한 혐의로 같은 해 7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에 의해 구속 기소됐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는 공수처의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당시 이를 저지하는 데 가담했다.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 45명은 지난해 1월6일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 집결했다. 같은 달 15일에는 국민의힘 의원 35명이 인간 띠를 만들고 체포영장 집행을 막았다. 윤상현 의원 등 일부는 체포영장 집행 직전 관저에 들어가 윤 전 대통령을 만났다.
이튿날 국민의힘 의원 35명은 체포영장을 집행한 공수처에 항의 방문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3월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지휘한 오동운 공수처장을 고발했다. 이후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고발돼 특검 수사 대상에 올랐다.
국민의힘은 지난 13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 사형 구형이 이뤄졌을 때도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장 대표는 14일 대전시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원에서 공정한 재판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특검의 구형을 가지고 제가 언급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만 밝혔다. 송 원내대표는 같은 날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 들어서던 중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강성 지지층을 중심에 놓고 장 대표가 단식에 나선 상황에서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논의 때와 마찬가지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흐지부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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