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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위원회와 생중계의 샛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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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조회 0회 작성일 26-08-04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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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윤석열 정부는 2022년부터 2027년까지 전국의 지자체 위원회들 중 총 3000개를 정비하겠다는 ‘지방자치단체 위원회 정비 지침’을 만들었다. 그리고 행정안전부는 회의 실적이 저조하거나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위원회들을 2022년 5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총 1362개나 정비했다며 이를 실적으로 홍보했다. 그 내용을 보면, 폐지되거나 통합된 위원회가 671개, 비상설화된 위원회가 651개나 되었다.
그런데 위원회의 정비가 필요하더라도 시민들이 참여할 다른 통로를 마련하지 않고서 그 수를 일방적으로 줄이는 게 민주적일까? 한때 유행했던 거버넌스가 전반적으로 퇴조하고 있는 현상은 이와 무관하지 않은데, 정권이 바뀐 뒤에도 위원회 활동은 계속 위축되고 있다.
운영 개선 노력도 않고 위원회 통폐합
위원회 제도가 한국에 도입된 건 정책의 영향을 받는 시민들을 그 결정 과정에 참여시키기 위해서였다. 행정이 동원했던 관변 위원회에서 시민이나 활동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로 그 성격이 바뀐 건 민주화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았다. 폐쇄적인 행정을 민주화하려면 위원회를 더 활성화시켜야 하는데 위원회가 잘 운영되지 않으니 일률적으로 그 수를 줄이겠다는 발상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행안부의 지침을 핑계 삼아 지자체들이 위원회 구성을 거부하거나 다른 위원회로 기능을 떠넘기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된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행정의 책임이 컸다. 일단 대부분의 민간위원들이 대학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시민 참여의 취지를 잘 살리지 못했다. 일반시민을 참여시켜서 정책 결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질을 높이는 것이 위원회의 취지인데,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되다보니 정책에 관한 토론과 논의의 확산이 잘 안된다. 시민들은 무슨 위원회가 어떤 사안을 다루는지 모르고, 전문가들의 위원회는 형식적인 자문 기능만 수행한다.
그리고 운영의 문제도 있었다. 구성원이 늘어날수록 회의를 자주 하기 어렵기 때문에 분과나 소위원회를 구성해야 일이 된다. 그러려면 행정이 위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안건을 준비하고 회의를 기록하고 회의 결과를 적극적으로 환류해야 한다. 행정이 그런 노력을 안 하니 위원회 활동이 줄어든다.
또한 위원장이나 부위원장을 보통 단체장이나 부단체장이 맡다보니 위원회가 행정을 대변하게 된다. 반대로 민간위원들이 위원장이나 부위원장을 맡아 적극적으로 회의를 열고 사안을 다루도록 하면 위원회가 활성화될 수 있다. 나아가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도록 위원회를 개방하고 표결은 위원들이 맡되 주민들이 참여하고 발언하는 형태로 바꾸면 위원회는 민주주의의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시민의 ‘행정 참여 통로’ 활성화를
이렇게 위원회를 발전시켜야 할 판에 우리는 활동이 없다면서 그 수를 줄이고 있다.
문제는 위원회의 수만이 아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위원회들이 대면회의를 열지 않고 비대면 심의를 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그러면서 어떤 안건을 살피고 의논한다는 심의의 뜻은 사라지고 회의는 단순한 의견 제시나 찬반으로 대체되어 버렸다.
지난 7월, 부산대학교의 김해원 교수는 부산 연제구의 부구청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했다. 부구청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보공개심의위원회가 위원들의 의견교환 없이 찬반만 표시하는 서면심의를 진행해서 자신의 심의권과 민원인의 알권리를 침해했다는 취지였다. 위원회의 회의록이 제대로 작성되지 않아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고 한다. 시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위원회조차 형식적으로 운영되니 다른 위원회의 상황은 더 심각할 것이다.
최근 대통령이나 단체장들이 공무원들과의 회의를 공개하고 시민들의 문자를 직접 받는 소통폰을 마련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회의를 공개하고 직접 소통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심의를 대체할 수는 없다. 정부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시민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할 때 민주주의는 퇴행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위원회의 활성화와 생중계 사이의 다양한 통로들이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민원 해결이 아니라 정부와 시민이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는 실험들을 통해 활성화될 수 있다. 내란 이후의 민주주의가 가야 할 길이다.
폐가 딱딱하게 굳어 점점 호흡이 어려워지는 ‘특발성 폐섬유증’은 5년 생존율이 주요 암보다 낮을 정도로 치명적이지만 환자마다 병이 진행되는 속도가 달라 상태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이 질환의 악화 정도와 예후를 파악할 수 있는 기준값을 제시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최주애 교수와 호흡기내과 김호철 교수,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이호연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를 ‘미국호흡기·중환자의학저널(American Journal of Respiratory and Critical Care Medicine)’에 발표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진은 서울아산병원에서 2011~2020년 해당 질환을 진단받고 1년 뒤 추적 검사를 시행한 환자 524명의 검사 기록을 분석하는 한편, 삼성서울병원에서 2008~2022년 검사를 받은 224명의 검사 결과를 통해 분석 내용을 재차 검증했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한 번 생기면 폐 기능이 회복되기 어려운 원인 불명의 만성 진행성 폐질환으로, 증상이 진행될수록 호흡 곤란이 심해져 마른기침을 자주 하고 저산소증이 와서 손가락 끝이 둥글게 되는 곤봉지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폐기능검사로 폐 전체의 기능 변화를 종합적으로 파악했으나 폐가 굳는 섬유화가 어느 지점에서 얼마나 진행됐는지를 파악하기 어려워 실제 질환이 악화한 양상을 놓치기 쉬웠다. 폐 내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도 있지만 이 역시 시간에 따른 변화를 정밀하게 측정하기 어렵고, 일관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의료진마다 영상 판독에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반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CT 영상에서 섬유화가 진행된 폐 영역을 분석하도록 했다. 영상에서 나타난 그물·벌집 모양 음영의 범위를 동일한 기준으로 파악함으로써 환자들의 첫 검사 및 1년 후 추적 검사에서의 폐 섬유화 점수와 시간 경과에 따른 변화량을 객관적인 수치로 계산했다.
분석 결과, 1년 동안 폐 섬유화 점수가 4.05% 이상 증가했다면 사망 위험이 높아져 폐 이식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태라는 기준값이 도출됐다.
인공지능으로 파악한 섬유화 점수가 실제 폐기능의 저하 상태를 반영한다는 점도 확인됐다. 폐 섬유화 점수가 2.72% 증가한 경우 최대한 숨을 들이마신 후 가능한 한 빠르고 강하게 끝까지 내쉴 때 나오는 공기의 총량인 ‘노력성 폐활량’이 5% 줄어든 상태에 해당했다. 섬유화 점수가 4.52% 올랐을 땐 호흡을 통해 들이마신 기체를 폐포에서 혈액 속으로 얼마나 잘 전달하는지를 나타내는 ‘일산화탄소 폐확산능’이 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를 통해 제시된 폐 섬유화 점수 기준값이 위험도 상승을 반영한다는 사실은 검증을 통해 재차 확인됐다. 점수가 4.05% 이상 증가한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폐 이식 또는 사망 위험이 약 2.8배 높게 나타났다. 3년 예후 분석에서도 이와 비슷한 경향이 입증됐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제시된 표준화된 평가 지표가 병의 진행 가능성이 높은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를 조기에 선별하고 맞춤 치료 전략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주애 교수는 “기존에는 CT 영상을 육안으로 평가하는 과정에서 판독자에 따라 차이가 생길 수 있고, 시간에 따른 폐 섬유화의 변화 유무와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섬유화 점수 변화의 기준값을 제시해 향후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의 정기 추적 관찰과 치료 전략 수립에 CT 정량 분석 기술이 보조 지표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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